자살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영혼이 보내는 SOS 신호 교회가 제일 먼저 감지하자
서울의 한 중대형 교회. 한 성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평소 자살의 징후는커녕, 잇따른 유명인사 자살을 가차 없이 비판하던 사람이었다. 담임목사는 고심 끝에 성도들에게는 ‘사고사’로 알리기로 했다.
서울의 또 다른 교회. 한 구역장은 구역원이 “요즘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일부러 사고를 낼 것 같아 운전하기가 두렵다”는 말을 부쩍 자주 하자 곧바로 담임목사에게 알렸다. 목사는 몇 시간 면담 끝에 이 성도가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려 온 것을 알아냈고, 전문가 상담을 병행하며 치유해 나갔다. 현재 이 성도는 건강한 삶과 신앙을 되찾았다.
교회가 ‘자살’을 더 이상 금기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유명인 자살 사건,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는 자살률, 성인 7명 중 1명은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한다는 최근 연구 결과 등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계 전문가들은 “교회만큼 자살을 막기에 좋은 곳이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교회가 자살에 직면한 영혼을 찾아내고 구하는 일을 게을리한다면 직무유기”라고까지도 일갈한다. 위의 두 교회 사례만 봐도 어느 쪽이 이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지는 명확하다. 그렇다면 교회가 어떻게 자살 예방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자살에 대한 인식 전환부터=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김충렬 한일장신대 겸임교수는 자살자를 ‘죄인’이 아닌 ‘불행한 사람’으로, 자살을 ‘안타깝게 한 영혼을 잃어버린 사고’로 바라보라고 권한다. 수천 년간 자살을 ‘죄’로 여겨온 교회가 보다 자유롭게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자살심리치료 전문가인 김학수 장위중앙교회 목사는 “교회 구성원도 자살할 수 있고, 실제로 많은 수가 자살을 하고 있다”면서 현실을 직시하기를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교회가 자살과 거리를 두는 것은 ‘자살하면 지옥 간다’ ‘진정한 신앙을 가진 이는 아무리 힘들어도 자살하지 않는다’는 식의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김 목사는 “사람이 자살에 이르는 원인은 사회적, 생물학적, 심리적 등 여러 가지이므로 쉽게 판단할 수 없다”면서 “분명한 사실은 죽음으로밖에는 희망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교회에 와서 마지막 구조요청을 보낸다면 이를 포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회가 자살자의 장례를 꺼리는 문화도 개선하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자살이 일어난 뒤에는 그 유가족과 지인이 받은 상처를 달래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은 1917년 자살자 장례를 받아들였다.
◇교회를 자살 예방의 최전선으로=김 교수는 교회가 자살 예방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도들에게 ‘신앙인은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 경우 힘든 일이 있어도 교회에 와서 상담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 각 분야의 리더들이 자신이 맡은 성도들에게서 자살의 징후를 포착했을 때, 지체하지 않고 담임목사 또는 교회 내 상담전문인에게 알리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울증 등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회가 도와야 한다. 이윤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목회상담지원센터장(정신과 전문의)은 “전문가 치료가 필요하다면 ‘시간 내서 병원에 가봐’ 정도로 그칠 게 아니라 손을 잡고 전문가에게 데려다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교회 내 소그룹이 서로의 아픔을 드러내고 공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자살 예방의 효과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민일보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자살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영혼이 보내는 SOS 신호 교회가 제일 먼저 감지하자
서울의 한 중대형 교회. 한 성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평소 자살의 징후는커녕, 잇따른 유명인사 자살을 가차 없이 비판하던 사람이었다. 담임목사는 고심 끝에 성도들에게는 ‘사고사’로 알리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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