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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관련/신앙관련

제자교회 안에서 부활한 연좌제

by 디클레어 2010. 8. 27.

제자교회 안에서 부활한 연좌제
남편이 징계받았으니 아내도 징계…회의 중 발언하는 교인들 강제 퇴장
입력 : 2010년 08월 23일 (월) 17:27:55 [조회수 : 7654] 유연석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제자교회가 또다시 교인들을 징계했다. 8월 15일에 징계된 14명의 교인을 합치면 2주만에 총 24명이 징계를 받은 것이다.

 
 
목동 제자교회(정삼지 목사)가 해임된 장로 또는 정직된 집사의 아내라는 이유로 교인 6명의 직분을 8월 21일부로 해임하고, 공동의회 출입을 금지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1980년대 이후로 사실상 사라진 제도, '연좌제'가 한국교회 안에서 부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제자교회는 추가로 교인 4명을 정직·해임하고 제직회와 공동의회에 들어오지 말라고 공고했다. 지난주 14명에 이어 이번 주 10명, 총 24명이 특별한 이유나 사전 통보 없이 징계를 받은 것이다.

8월 22일 자 주보에는 교인을 징계하는 '당회 결정 사항 공고'가 게재됐다.

1. 당회 지시에 불복하고 교회에 덕을 세우지 못한 이OO 권사와, 박OO 권사의 시무권사직을 정직하고 제직회 및 공동의회 참여를 불허한다.
2. 교회 재산을 압류하고 교회 재산 2,000만 원을 추심하였을 뿐만 아니라, 또다시 교회를 상대로 소송가액 15억 원의 민사 소송을 제기한 김해표, 신현칠, 심규창 씨의 부인 나OO, 윤OO, 이OO 집사의 서리집사직을 해임하고 공동의회 참여를 불허한다.
3. 교회에 덕을 세우지 못하여 정직된 이OO, 신OO, 주OO 집사의 부인 박OO, 김OO, 유OO 집사의 서리집사직을 해임하고 공동의회 참여를 불허한다.
4. 교회에 덕을 세우지 못한 김OO, 최OO 집사의 서리집사직을 해임하고 공동의회 참여를 불허한다.

위 교인들 역시 지난 15일에 징계 받은 교인과 마찬가지로 사전 통보는 받지 못했다. 당일 교회에서 주보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 징계 이유 또한 여전히 구체적이지 않은 '교회에 덕을 세우지 못해서'였다. 여기에 '해임된 장로·정직된 집사의 부인'이라는 이유가 추가됐다. 남편이 죄(?)를 지었으니 아내도 징계(?)를 받는다는 논리로, 사실상 '연좌제'나 다름없다. 이들은 전부 공동의회 출입이 금지됐다. 결국 회의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교회의 조치였다.

회의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몇몇 교인은 교회로부터 징계도 받지 않았는데 들어갈 수 없었다. 이미 제자교회가 요주의 인물로 찍은 교인들의 가족, 그와 가까이 지내며 교제하던 사람은 회의에 들어갈 수 없었다. 교회로부터 징계받은 한 집사의 부인은 '당회 결정 사항'(징계)에 명단이 오르지도 않은 사람이었지만 교역자들의 제재로 본당에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대상은 주보에 적힌 '제자교회 등록 세례 교인 이상'이 아니라 '제자교회 입맛에 맞는 교인'이었다.

   
 
 

▲ 교회로부터 징계 받지 않은 교인인데도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교역자들이 막았다. 요주의 인물로 찍힌 교인들의 가족, 그와 가까이 지내며 교제하던 사람들은 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대상은 주보에 적힌 것처럼 '제자교회 등록 세례 교인 이상'이 아니었다. 교회가 정한 기준에 부합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제자교회 8월 22일 자 주보.

 
 
교인들의 말에 따르면, 이날 교회 분위기는 삼엄했다. 평소 교인들이 예배 후 모여서 차를 마시던 1층 카페는 불을 끄고 문을 잠갔다. 회의를 앞두고 본당과 연결된 모든 통로를 폐쇄했다. 오로지 중앙 계단 한 곳으로만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게 했다. 그나마 사용할 수 있는 통로의 절반에는 화분을 배치해서 나머지 절반의 공간으로만 드나들 수 있었다.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에는 교역자들이 배치됐다. 교역자뿐만 아니라 처음 본 사람들이 교역자 사이사이에 배치됐다. 그들은 마치 용역처럼 덩치가 컸고, 무전기를 든 채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교회는 회의장에 들어가는 교인을 일일이 통제했다. 문 앞에서 교역자가 직접 명단을 확인하고 명찰을 붙여줘야만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철통같이 경계해도 회의 중에 손을 들고 질문하는 교인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교인들은 덩치 큰 사람들에 의해 제재를 당하고 회의장 밖으로 쫓겨났다. 한 집사가 결산과 관련한 발언을 하려고 손을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하려 하자, 몇몇 건장한 남자들이 다가가 말하지 못하게 손으로 입을 막고는 밖으로 끌어냈다. 이어서 다른 교인이 손을 들고 발언했다. 그는 정삼지 목사의 30여억 원 횡령 의혹을 검찰에서 수사 중이니 수사가 끝난 후에 공동의회를 다시 개최하자고 발언했다. 발언 도중에 건장한 남자들의 손에 의해 입을 봉쇄당했고, 밖으로 들려서 끌려나왔다. 그는 끌려 나오면서, "사탄아, 마귀야, 나가라"는 한 교인의 야유도 받았다고 했다.

이날 공동의회는 3년 가까이 진행되지 않은 결산을 하는데도 유인물 하나 나눠 주지 않고 진행되었다. 모든 보고서는 예배당 앞에 있는 화면으로 보도록 했다. 발표하는 사람도 잘 보이지 않아 화면을 키워 달라고 하는 일도 발생했다. (기사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