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말하는 복은 무엇인가?
우선 ‘복’의 어의(語義)부터 알아보자. 히브리어 베라카는 ‘좋은 것’(good)을 뜻하는데, 주로 물질적 은택(material good)을 의미한다. 희랍어 율로기아(eujlogiva)는 주로 복음이 가져다주는 영적 선/유익을 의미하지만, 때로 물질적 유익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에 비해 마카리오스(makavrio)는 복된 상태를 묘사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복은 하나님께서 보이시는 선의(善意, good will)로서 영적·물질적 은택을 통하여 나타나고 또 그로 인해 향유하는 행복한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배경으로 하여 복과 연관한 성경의 흐름을 살펴보도록 하자. 복은 성경에 가장 빈번히 언급되는 주제 가운데 하나로서 구약의 초두부터 등장한다. 그러나 복이라는 개념이 전면에 부각되는 가장 획기적인 계기는 하나님께서 아브람을 부르실 때이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를 인하여 복을 얻을 것이니라’ 하신지라.” (창 12:1~3)
이러한 복의 향유는 아브람뿐만이 아니고 그의 아들 이삭과 손자 야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삭이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 해에 백 배나 얻었고 여호와께서 복을 주시므로 그 사람이 창대하고 왕성하여 마침내 거부가 되어 양과 소가 떼를 이루고 노복이 심히 많으므로 블레셋 사람이 그를 시기하여" (창 26:12~14)
"전능하신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어 너로 생육하고 번성케 하사 너로 여러 족속을 이루게 하시고 아브라함에게 허락하신 복을 네게 주시되 너와 함께 네 자손에게 주사 너로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신 땅 곧 너의 우거하는 땅을 유업으로 받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창 28:3~4)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약속된 복의 내용은 물질적·현실적·가시적인 것으로서 △자녀의 생산 △소유물의 증식 △민족의 번성 △영토의 획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의 정점은 “땅의 모든 족속이 복을 얻는 것”에 있었다. 그런데 이 약속은 그리스도의 오심과 더불어 실현되었다.
"너희는 선지자들의 자손이요 또 하나님이 너희 조상으로 더불어 세우신 언약의 자손이라. 아브라함에게 이르시기를, “땅 위의 모든 족속이 너의 씨를 인하여 복을 받으리라” 하셨으니 하나님이 그 종을 세워 복 주시려고 너희에게 먼저 보내사 너희로 하여금 돌이켜 각각 그 악함을 버리게 하셨느니라." (행 3:25~26)
"또 하나님이 이방을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로 정하실 것을 성경이 미리 알고 먼저 아브라함에게 복음을 전하되 '모든 이방이 너를 인하여 복을 받으리라' 하였으니 그러므로 믿음으로 말미암은 자는 믿음이 있는 아브라함과 함께 복을 받느니라…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은 바 되사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으니 기록된 바 '나무에 달린 자마다 저주 아래 있는 자라' 하였음이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아브라함의 복이 이방인에게 미치게 하고 또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의 약속을 받게 하려 함이니라."
(갈 3:8~9, 13~14)
상기 구절을 통해 우리는 복과 관련해 다섯 가지 중요한 사항을 발견한다.
①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의 절정은 땅의 모든 백성이 복을 얻는 것이었다. (창 12:3; 갈 3:8)
② 땅의 모든 족속은 아브라함의 자손(씨)인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복을 받게 된다. (창 22:18; 행 3:25; 갈 3:14)
③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대신 저주를 받음으로써 우리를 율법의 저주에서 속량하셨다. (갈 3:13)
④ 우리는 믿음과 회개를 통해 하나님 앞에 의롭다 함을 받는다. (행 3:26; 갈 3:9)
⑤ 이러한 구원의 은택이 곧 아브라함에게 약속된 복의 내용이다. (행 3:26; 갈 3:12, 14)
이러한 내용을 전제로 할 때 우리는 왜 바울이 구원의 은택을 설명하면서 그토록 ‘복’이란 단어를 강세적으로 사용했는지 납득이 간다.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으로 우리에게 복 주시되 곧 창세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엡 1:3~5)
바울은 예수를 믿는 에베소의 그리스도인들(확대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엄청난 복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 구절은 그리스도인들이 누리는 복과 관련해 네 가지를 가르쳐 준다.
첫째, “하늘에 속한”이라는 표현이 말하듯, 이 복은 근본적으로 땅에 기원을 둔 것이 아니다.
둘째, 복을 묘사하는 형용사로서 “신령한”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이 복이 “자연적 복들”과 구별됨을 말하고 있다.
셋째, “모든” 복들이라고 함으로써 복의 포괄성과 총체성이 강조되고 있다.
넷째, 문장 구조를 보면 “복 주다”라는 동사에 다시금 “복으로써”라는 부대(附帶) 성격의 부사구가 따라붙어 있는데, 이는 우리가 복 받은 사실은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복'이라는 표현과 개념이 이 구절만큼 심층적으로 등장하는 곳은 아마 성경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엄청난 복의 핵심적 내용은 하나님의 선택과 예정으로 말미암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 실현(“거룩함,” “흠이 없음,” “아들들이 됨” (엡 1:4~5) 등)에 있다. 이렇듯 신약 시대의 복은 구약과 달리 철두철미하게 초자연적·영적·내면적 성격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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