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으로 시작한 우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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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노벨 물리학상이 메서와 스무트에게 수여되었다. 1989년 미국 NASA가 발사한 우주 마이크로파 관측 인공위성 COBE를 이용하여 우주의 배경 복사에너지를 관측하는데 기여한 그들의 공로를 인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실은 우주의 배경복사 문제는 이미 1978년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연구였다. 1978년 펜지아스와 윌슨이 우주의 마이크로파 배경복사를 발견한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도대체 우주의 배경복사가 얼마나 중요한 연구이기에 두 번씩이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었을까? 아마 지난번 이야기의 주인공 허블로 돌아가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허블의 법칙‥은하가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1923년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하면서 우주의 끝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은하수를 넘도록 한 허블의 관심은 먼 은하들에 집중된다. 이런 허블 앞에 마련되어있던 직경 2.5m의 헤일 망원경은 최선의 장비였다. 허블은 다양한 모습의 은하를 관찰하는 가운데 은하들이 외형모습에 따라 약 30%정도의 타원형의 은하, 60%정도의 나선형 은하, 그리고 10%정도의 불규칙한 모양의 세 종류로 구별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에 기초하여 허블의 소리굽쇠도표라고 부르는 은하체계를 만들었다. 허블과 그의 조수 휴메이슨이 특히 궁금해 하였던 것은 은하의 거리와 은하의 움직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었다. 6년 동안 자료를 모아나가는 과정에서 이들은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1929년 이를 발표하였다. 즉 은하의 후퇴속도가 거리에 비례하고 있었다. 이 관계는 샌디지와 동료들에 의하여 훨씬 멀리 있는 은하들에게까지 확장되어 사실임이 입증되었다. 오늘날 ‘허블의 법칙’으로 알려져 있는 중요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은하가 멀어져 가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 우주의 잣대 과학자들이 별이나 은하가 후퇴하는 것을 발견한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흔히 비유되는 것이 도플러효과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도플러 효과란 관측자에 가까이 접근하는 물체가 내는 소리는 파장이 짧아지고 멀어지는 물체의 소리는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은하를 관찰하는 과학자들은 이들이 내는 스펙트럼의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을 조사함으로서 이들 은하가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색편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물론 대다수의 발견과 마찬가지로 허블의 발견도 그 이전의 천문학자들의 연구 업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슬라이퍼는 이미 1912년 나선형 성운의 스펙트럼에서 보이는 도플러 이동이 300km/s 나 되는 것을 관측하였었다. 허블은 이런 도플러 이동속도가 은하의 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아낸 것이다. 허블의 법칙을 식으로 표시하면 ‘cz = v = Hd’가 된다. 여기서 c는 광속도, z는 적색편이, v는 후퇴속도, d는 은하의 거리이며 H는 허블 상수로 불리는 비례상수이다. 허블의 상수를 알고 있을 때 바로 적색편이 z를 측정하고 여기에 광속도 c를 곱하고 허블상수로 나누어주면 바로 은하까지의 거리가 나오는 것이다(d = cz/H)! 즉 후퇴속도는 거리에 비례한다는 허블의 법칙은 과학자들에게 궁극적으로 먼 은하까지의 거리를 잴 수 있는 ‘우주의 잣대’를 제공해주었다. 그런데 1929년 허블이 발표한 이 사실은 많은 흥분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팽창하는 우주는 시작…그리고 끝이 있어야 하는데. 우주가 진화한다니?” 팽창하는 과정을 만일 역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지금부터 어느 순간 시작한 시점까지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먼 옛날 있었을 대폭발에 대하여 과학자들은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빅뱅인가? 아니면 정상우주인가?
실은 빅뱅은 이미 프리드만에 의해서 일찍이 제안되었던 생각이며, 1927년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밝혔었다. 1905년 특수상대론을 발표하여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 아니라는 것을 보인 아인슈타인은, 이어 1915년 일반 상대론을 발표하여 중력을 힘이 아닌 시공간의 기하학으로 해석할 수 있음을 보였다. 그러나 우주의 팽창이라는 것을 더 이상은 부인하기 어렵게 되자 이를 인정하면서도 우주의 역사를 설명하는 서로 다른 대표적인 두 개의 이론이 대립되었다. 그 중 하나가 1940년대에 러시아 출신의 가모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발전시킨 빅뱅 이론이다. 가모프는 이론적으로 우주의 팽창이 시작될 지점에는 우주의 모든 질량과 에너지가 한 점에 모여 엄청나게 밀도가 높은 에너지의 수프 상태로 있었다가 급격히 폭발하며 팽창하리라는 주장을 하였다. 이런 빅뱅 이론에 대하여 강하게 반발한 대표적 천문학자에 영국의 호일, 골드, 본디 등이 있다. 호일은 1950년대에 정상상태의 우주모형을 들고 나와 빅뱅이론에 맞섰다. 팽창하는 우주에서 은하들이 서로 멀어질 때 그 간격에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새로운 물질들에서 새로운 은하가 계속 형성된다는 이론이었다. 우주의 시작점을 굳이 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론이다. 빅뱅이라는 용어도 실은 영국의 BBC 방송프로그램에 나왔던 호일이 빅뱅이론을 비웃으면서 “그럼 태초에 빅뱅이 있었다는 말인가?”라고 던진 말이 그대로 굳어진 것이다.
1965년 이런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중요한 발견이 이루어졌다. 이것 역시 1934년 가모프가 빅뱅모형에서 예측했었는데 그만 잊혀진 것이었다. 높은 에너지밀도를 가졌던 우주가 팽창하면서 식었다면 그 에너지의 잔재가 남아있을 것이며, 그 에너지는 대부분 전파영역에서 검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측이었다. 1960년대 초 프린스턴 대학의 디키 팀은 이를 증명하기 위한 마이크로파 검출장치를 만들고, 완성된 복사계를 지붕으로 끌어올리던 날의 일이었다. 불과 30마일 정도밖에 안 떨어진 벨연구소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왔다. 펜지아스와 윌슨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이들의 연구 결과를 들은 디키가 동료 연구팀들에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이보게들, 우리가 한발 늦었네” 벨연구소의 젊은 라디오 천문학자이었던 펜지아스와 윌슨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나팔모양의 거대한 마이크로파 안테나를 이용하여 최초의 통신위성 에코 1호(Telstar)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배경 잡음에 골머리를 썩었다. 실패로 끝난 일이기는 했지만 혹시 잡음제거에 도움이 되지나 않을까 해서 안테나에 둥지를 틀고 있던 비둘기 한 쌍을 몰아낸 유명한 일화도 얽혀있다. 결국 이 잡음이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사시사철 변함없이 일정하게 지구로 들어오고 있는 절대온도 약 3도의 복사에너지의 일부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 사실은 빅뱅의 결정적 증거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런데 왜 이 관측이 그렇게도 중요한 것이었을까? 갑자기 우주에 ‘빛’이 생기다! 빅뱅 이론에 의하면 빅뱅 후 30만년이 되는 시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에너지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을 빅뱅 당시 우주의 온도는 엄청나게 높았을 것이지만, 이때가 되면서 우주의 온도가 약 3천도로 낮아지게 된다. 우주가 3천도로 식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 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원자 내에 잡아둘 수 없었던 전자가 마침내 원자 내에 붙잡혀 중성의 수소와 헬륨 원자로 된다. 이로서 그 이전에는 플라즈마 상태에서 전자와의 충돌로 인하여 빠져나올 수 없었던 광자가 비로소 빛으로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질과 빛이 분리되면서 갑자기 우주에 ‘빛’이 생긴 것이다!! 물론 이 때 우주로 나온 빛은 3천도에 해당하는 복사에너지이다. 이후 지금까지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우주가 식어 지금에 와서는 약 3도정도의 복사에너지로 되었다는 것이 빅뱅이론의 중요한 결론이다. 따라서 이 배경복사의 발견은 사람들로 하여금 빅뱅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정상 우주론 쪽을 지지하는 쪽에 있었지만 펜지아스와 윌슨은 이 발견으로 1978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오늘날 우리들의 실생활에 널리 이용되는 마이크로파가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이들이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가질 수 있게까지 한 것이다.
이 외에도 빅뱅을 지지하는 중요한 결과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주를 이루는 원소의 분포 모습이다.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 고에너지이론물리학자들은 빅뱅 후 처음 3분간 일어났을 일들에 대하여 꽤 정확한 기술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중요한 결론의 하나가 우주에서의 원소 분포가 질량비로 수소( 1 H ,, 양성자) 3 대 헬륨( 4 He) 1이라는 것이다. 1980년 빅뱅이론은 미국의 물리학자 구스의 연구를 통하여 또 한 단계 더욱 발전한 모습을 띄게 된다. 구스는 빅뱅 후 10 -35 초에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밝혔다. 10 -35 초에서 10 -33 초 사이의 기간 동안 우주가 10 50 배 정도 팽창한 것을 계산으로 밝혔다. 허블 울트라 딥 필드와 COBE가 잡은 작은 요동 2004년에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거의 130억광년 거리에 떨어져있는 은하들의 사진을 ‘허블 울트라 딥 필드’라는 이름으로 발표하였다. 미국이 개발한 우주망원경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이 역사적인 사진은 인간이 관찰할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은하들의 모습이다. 오늘날 허블 상수 등을 통하여 얻은 우주의 나이는 대략 137억년으로 여겨진다.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후 약 10억년후의 모습을 오늘 우리들은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1989년 NASA는 인공위성 COBE를 우주로 보내 마이크로파를 주축으로 하는 우주의 배경 복사에너지를 관측하였다. 그 결과는 물론 우주에 빅뱅이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지지하고 있다. 이런 연구의 중심에 있던 메서와 스무트에게 2006년 노벨 물리학상이 수여된 것이다. 거대한 우주 속의 작디작은 지구 우리 우주의 크기를 살펴나간 과학자들의 여정을 통하여 우리 지구는 137억 광년이나 되는 대우주의 작고 작은 한 행성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 지구는 생명이 있는 복 받은 축복의 행성임이 틀림없다. 137억년 동안이나 끊임없이 팽창해 온 이 광활한 우주 공간 속에서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과학자들은 바로 이러한 장구한 세월과 넓어지는 공간 속에서 별들이 태어났다가 사라지는 끊임없는 별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별의 일생을 통해서 바로 우리들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다음에서 과학자들이 밝혀낸 별들의 일생을 살피면서 우리의 뿌리를 찾는 여정을 더욱 나아가보기로 하자. 김경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krkim@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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