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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분별/경제관련

금리인상 멀었다`던 정부내 기류변화 조짐

by 디클레어 2010. 3. 24.

`금리인상 멀었다`던 정부내 기류변화 조짐

이데일리 | 김재은 | 입력 2010.03.24 11:16 | 수정 2010.03.24 13:00

 




- 재정부 "생각할 수 있는 단계" 첫 언급

- KDI도 인상론 지속..`출구전략 검토필요` 인식한 듯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비둘기파 한국은행 총재의 내정 등으로 한풀 꺾였던 `금리인상` 논란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발원지는 다름 아닌 기획재정부.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는 입장만 무한 반복했던 그 곳이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 23일 "그동안 위기를 벗어나는데 중점을 뒀다면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문제도 생각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다운사이드(경기하락) 리스크나 민간의 자생력있는 성장기반이 마련됐는지, 충분히 두터운 지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어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재정부 국장의 발언으로 정부의 금리인상에 관한 스탠스가 변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시장은 요동쳤다. 사실 금리정책은 중앙은행인 한은의 몫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정부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 강해진 탓이다.

특히 윤 국장 발언에 앞서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박사는 "금리인상이 과도하게 지연될 경우 물가불안과 자산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함께 영향을 미쳤다.

KDI는 지난해 가을이후 줄곧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현재 2.0%의 기준금리는 초저금리로 이 수준에서 0.25%포인트, 0.5%포인트 등 한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바로 긴축기조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라는 것.

김현욱 박사는 24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6개월이상 논의된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에 대해 수 차례 강조한 게 금리를 조금 올리더라도 여전히 완화적인 기조라는 것"라며 "현 시점에서 금리인상은 `긴축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부양강도의 조정`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줄곧 `금리인상=본격적 출구전략=기조 전환`이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해 온 것도 사실이다. 민간 성장이 미진하다, 고용시장안정이 우선이다, 글로벌 공조가 우선이다라는 식으로 정부는 신중한 출구전략 필요성을 제시했다.

실제 윤 국장과 김 박사의 발언에 따라 시장이 크게 요동치자 재정부는 `기존 정부의 스탠스에 변화가 없다`는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KDI는 현오석 원장의 입을 빌어 `인상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는 공식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정부도 이미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윤종원 국장의 발언을 뜯어보면 `정부가 출구전략을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시장 반응을 살펴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올해 초 "정부 내부적으로도 출구전략에 대해 고민하며 면밀한 검토를 하고 있다"며 "늦어도 상반기중에는 한 차례 금리를 올리지 않겠느냐"고 전하기도 했다.

남유럽 재정위기라는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우려의 수위는 다소 낮아진 상황인 만큼 이제는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을 선제적으로 해야할 때가 됐고, 시장의 과도한 쏠림도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외국계증권 지점장은 "시장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정부가 하는 `작은 발언`에도 혼란을 겪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며 "차라리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경우 변화된 시그널로 해석하며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